작년 말에 자동차 사고를 당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불행은 자신의 혹은 타인의 부주의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자연재해와 같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항공기를 설계하거나 조종하는 사람들 또한 최대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서 디자인하고 또 안전운항을 하고 있지만, 모든 결함, 고장, 사고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비상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구축된 시스템으로 비상시스템이 있다.

 

비상시스템의 종류

 

비상시스템은 크게 5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것들은 각각 다음과 같다.

 

비상 동력(Emergency power)

탈출 시스템(Escape system)

경고 시스템(Warning system)

비행기록 장치(Flight data recorder)

충돌 스위치(Crash switch)

 

기본적으로 설계자가 항공기를 설계할 때 최대한 많은 상황에 대한 예측을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대해서 대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상황 중 그 발생 확률이 높거나 상황의 결과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반드시 탑승 인원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항공기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위와 같은 비상시스템들을 설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것들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용해볼 기회가 없거나 적다. 비상 시에 이르러서야 그 성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낙하산과 같은 탈출 시스템의 경구 높은 신뢰도를 가질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보조 비상 동력과 같은 장치나 설비의 경우, 항공기의 주장비(primary system)과는 분리되게 설계하며 별도의 동력원 및 작동법과 한 눈에 알아보기 쉬운 비상 경고가 전달이 가능해야 한다.

 

 

비상 동력

 

항공기가 비행 중 동력장치에 이상이 생겨버리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력 뿐만 아니라 전자 장비들을 유지시켜주던 전기가 끊기고 기계 장치를 위한 유압 또한 제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기의 추락을 막고 주동력장치의 공중재시동을 시도하기 위한 비상시스템으로 비상 동력이 존재한다. 크게 4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보조동력장치(APU, Auxiliary Power Unit)

비상동력장치(EPU, Emergency Power Unit)

열 전지 방식(Thermal Battery)

램에어 터빈 방식(RAT, Ram Air Turbine)

 

보조동력장치(APU)의 가장 큰 목적은 꺼진 엔진에 재시동을 걸어서 다시금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대형과 소형 항공기에서 쓰는 종류가 다른데, 대형에서는 공기터빈 모터(Air turbine moter)를 쓰고 소형에서는 전기모터(Electrical motor)를 쓴다.

 

비행 중 엔진의 정지 시 비상 전기, 유압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비행 전 유압 작동기를 구동시켜주거나 객실에 공압을 제공해서 냉난방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비상동력장치(EPU)는 구성품으로 기어박스와 터빈을 가지고 있고, 기어박스는 비상 발전기 및 유압펌프를 내포하는데, 터빈을 구동시키면 그 동력이 기어박스로 제공되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주 목적으로는 비행 중 엔진의 정지(Flame out) 혹은 회전수가 기준 밑으로 내려가는 상황과 발전기가 고장 난 비상 상황에서 이것을 대체하는 것이다.

 

열 전지 방식은 우리나라의 초음속 훈련기인 T-50에서 채택해서 쓰는 전기식 비상 동력이다.

 

사용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항공기의 엔진을 재가동시키고 자세를 회복시킬 동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으며, 외부조건(고도, 속도)에 상관없이 동력을 바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APU 등을 통한 작동 시간을 늘려 같이 쓰이기도 한다.

 

램에어 터빈 방식(RAT)은 항공기 비행 시 블레이드를 통해서 들어오는 공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비상 발전기와 유압펌프를 작동시키는 방법이다.

 

항공기 기체 내부에 있다가 엔진의 회전수가 설정된 기준 이하로 떨어질 때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제한된 동력을 제공한다.

 

탈출 시스템

 

탈출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승객용 대피를 돕는 시스템과 조종사의 탈출을 돕는 시스템이 있다.

 

항공기들은 탑승한 모든 인원들이 비상 시 상황에 휘말리지 않는 시간 내에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두어야 한다.

 

탑승객들의 대피를 도울 장치들로는 비상 탈출구와 탈출용 미끄럼틀, 구명용 조끼와 고무보트를 비롯한 위치 발신기 등이 있다.

 

항공기들 중 여객기와 같이 민간 항공기의 경우 승객들과 같은 방식으로 비상탈출구를 통해서 기체 외부로 나가는 방법도 있고, 조종실 측면 창을 통해 구명 로프로 탈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민간 항공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느긋하게 탈출할 시간이 없고, 조종실을 덮고 있던 캐노피(Canopy)를 사출 시키고 조종사가 앉아있던 조종석도 뒤이어 사출되는 방식으로 탈출을 한다.

 

일단 시스템이 발동되면, 캐노피를 부수거나 사출 시킨 후 약 0.3초가 지나서 후방부터 전방 순으로 조종석이 사출된다. 이후 사출 좌석의 분리가 이루어지고 위치 신호기가 신호를 전송하기 시작하면서 낙하산이 펴지는 순서에 따라 탈출이 이루어진다.

 

사출에서부터 낙하산의 전개까지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되고 약 3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 고도 10,000ft 이하에서는 조종사와 사출 좌석이 분리될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전방이나 후방의 조종사 중 한 명이라도 사출 장치를 작동시키면 두 사람 모두 탈출하게 된다.

 

 

경고 시스템

 

항공기에는 수 많은 시스템들이 내장되어 있고, 그것들이 비행을 가능케 하며 탑승 인원의 안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작은 시스템의 결함이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비행 전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가 동승하고 각각의 시스템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인해야하는 경우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러지 않다.

 

때문에 각 계기 계통의 시스템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고장이 났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고장검출 및 격리 시스템(Fault detection/Isolation logic)이 굉장히 많이 발달하고 있으며, 경보시스템들을 하나로 통합한 중앙집중식 통합경보장치(Central master warning/Caution panel)들이 설치되고 있다.

 

중요한 경고 시스템들로는 항공기 동력장치(엔진) 상태 모니터링, 실속감지장치(Stall Warning System), 대지 접근 경보장치(GPWS, 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 이륙 관련 경고(Take-off configuration warning), 착륙장치상태 경고(Landing gear configuration warning)등이 있다.

 

비행기록 장치

 

비상시스템에는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 상황 시 대처하는 시스템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록 장치의 경우 항공기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설계를 보완하거나 책임 소재를 밝히는 등의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사고가 났다고 해도 작동되어야 하고, 장치를 찾아내기 위해서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무선 전파 발신기(Radio locator와 수중 음파 발신기(Sonar locator)가 포함되어야 한다.

 

비행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들에 관해 기록하는데, 그것들은 위치나 시간과 함께 고도, 속도, 온도, 압력, 추력조절장치의 상태와 조종간, 엔진 회전수 등을 기본으로 조종실 내부의 화면, 대화 및 통신 내용까지도 기록되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블랙박스(Black box recorder)가 바로 이것이다.


충돌 스위치

 

민간에서 운용하는 항공기들과 다르게, 군에서 쓰이는 항공기들은 교전 중과 같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착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조종사들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엔진정지 및 엔진실소화제 방출, 연료차단, 배터리 분리등 비상 사태에 대비한 조작들을 해야하는데, 충돌 스위치를 누르면 그 모든 조작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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